‘3월 26일 축일 성인, 성 카스톨로(Saint Castulus) – 로마의 순교자
가톨릭 교회는 1년 내내 다양한 성인들의 삶과 순교를 기념하며 그들의 모범을 되새깁니다. 그 가운데 3월 26일은 초대 교회의 순교자 **성 카스톨로(Castulus)**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의 생애와 순교, 그리고 우리 신앙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성 카스톨로는 누구인가?
성 카스톨로(또는 카스툴루스, 라틴어: Castulus)는 3세기 후반 로마 제국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통치 시절 활동한 열렬한 그리스도인으로, 로마에서 순교한 초기 기독교 성인입니다. 그는 단지 신앙을 지켰다는 이유로 생명을 내놓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많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경배를 받고 있습니다.
2. 신분과 역할 – 황제 곁에서 신앙을 지킨 용기
카스톨로는 당시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의 궁정 안에서 활동하던 황제의 내관 혹은 의전관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황제의 측근으로서 정치적 영향력 또한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로마 시내와 황궁 내부에서 박해받던 그리스도인들을 몰래 보호하고, 종교 의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겉으로는 황제에 충성하는 인물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했던 신앙인이었습니다.
3. 순교의 길 – 발각과 투옥, 그리고 고통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카이우스 교황(Gaius)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하던 카스톨로는 결국 로마 당국에 의해 체포됩니다. 그가 숨겨준 그리스도인들과 비밀리에 행한 종교 활동이 드러나자, 로마 제국은 그를 배교하도록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굳건한 믿음을 지키며 배교를 거부했고, 결국 서기 286년경, 잔혹한 고문 끝에 순교하게 됩니다. 당시 그는 구덩이에 산 채로 생매장당했다는 전승이 전해지며, 그 죽음의 처절함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4. 성 카스톨로의 신앙 – 침묵 속 용기
성 카스톨로는 특별한 설교자도 아니었고, 대중 앞에서 복음을 외치는 사도형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분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신앙을 실천한 인물입니다.
황제 가까이에서 일하면서도 그리스도인들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며, 믿음을 실천하는 길을 선택한 그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는가?’
5. 성 카스톨로의 유산과 전승
성 카스톨로는 순교 후 곧바로 로마 카타콤베(지하 묘지)에 매장되었으며, 그의 유해는 후에 여러 교회로 옮겨졌다고 전해집니다. 독일의 바이에른 지역에도 그의 유해가 전해졌다는 전승이 있으며, 유럽 여러 지역에서 그의 축일(3월 26일)을 기념하는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성 카스톨로는 순교자들의 수호성인으로 간주되며, 특히 박해받는 신자들을 위한 기도의 전구자로 많이 언급됩니다.
6. 우리 시대의 의미 – 성 카스톨로에게 배우는 신앙
오늘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더 이상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다양한 도전과 유혹 속에서 믿음을 지켜야 하는 싸움입니다. 성 카스톨로는 이러한 시대의 신자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그는 화려한 기적을 행하지 않았지만, 일상의 자리에서 충실함으로 순교에 이른 모범적인 인물입니다. 우리가 성 카스톨로를 본받아, 가정 안에서, 직장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도합니다.
마무리 – 성 카스톨로의 전구를 청하며
3월 26일, 성 카스톨로의 축일에 즈음하여 그의 신앙과 용기를 되새기는 것은 우리 영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말없이 신앙을 실천했고, 그 침묵이야말로 강력한 복음의 외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조용한 믿음의 실천으로 세상 속 복음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성 카스톨로,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