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아기 안나 순교자 – 신앙을 위해 가족을 떠난 성녀의 삶
한국 천주교 103위 성인 중 한 명인 **박아기 안나(朴阿只, 1783년 ~ 1839년 5월 24일)**는 조선 후기 박해 시대에 굳건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위대한 여성 신자입니다. 그녀는 특히 가족이라는 사랑하는 울타리를 신앙을 위해 기꺼이 떠난 인물로,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과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박아기 안나 성인의 생애와 믿음, 순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합니다.
1. 박아기 안나의 출생과 성장 배경
박아기 안나는 **강원도 강촌(현재의 춘천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천주교 신자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녀는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해 교리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으나, 순수한 믿음과 기도를 통해 신앙을 실천했습니다. 그녀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만큼 하늘님을 알지 못하지만, 저의 온 마음을 다해 하늘님을 사랑하는 데 힘쓸 수는 있습니다.”
그녀의 이 고백은 오늘날의 신자들에게도 큰 감동을 줍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임을 보여준 셈입니다.
2. 가족과 함께한 신앙, 그리고 깊은 신심
18세가 되던 해, 박아기 안나는 태운행 프란치스코와 혼인하였고, 이후 3남매를 두었습니다. 그녀는 자녀들에게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덕을 실천하는 삶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그녀는 주님 수난에 대해 특별한 신심을 지녔고,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며 눈물 흘리는 일이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는 단지 개인적인 신심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이웃들에게도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신앙을 나누는 데 힘썼습니다. 순교에 대한 소망도 분명히 갖고 있었으며, 1836년 3~4월경, 남편과 장남이 태운행 프란치스코와 박 루갈다로부터 함께 표도(표적 성사)를 받으며 박해에 대비한 준비를 했습니다.
3. 순교의 길을 택하다
1839년은 조선의 천주교 박해가 가장 극심했던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기해박해(己亥迫害)**라 불리는 이 시기, 수많은 신자들이 고문과 처형을 당했습니다. 박아기 안나는 박해가 시작되자 자신의 가족이 자신 때문에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홀로 자진 출두합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용기를 넘어서는, 진정한 사랑과 희생의 실천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이 자신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을 바라볼 수 없었고,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서울 서소문 밖 형장에서 1839년 5월 24일, 박아기 안나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기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56세였습니다.
4. 성경 말씀으로 자신의 길을 밝히다
박아기 안나는 마태오 복음 10장 32~33절 말씀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인정하는 모든 사람을,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부정하는 사람은 누구든, 나 또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부정할 것이다.”
이 말씀처럼, 그녀는 끝까지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증언했습니다. 순교는 고통의 길이었지만, 그녀에겐 주님 앞에서 자신을 증언하는 가장 고귀한 행위였습니다.
5. 시복과 시성, 그리고 성녀로서의 공경
박아기 안나는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이후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당시 103위 한국 순교 성인 중 한 분으로 시성되었습니다. 그녀의 축일은 9월 20일이며, 지금도 많은 신자들이 그녀를 통해 가족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길을 제시해주는 성녀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6.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
박아기 안나 성인의 삶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앙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도 감내하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끝까지 지켜낸 그녀의 삶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가족, 사회, 세상의 요구 앞에서 신앙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처럼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거룩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묵상 포인트
- 나는 신앙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위해 내 삶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 박아기 안나 성인의 삶을 본받아 오늘 하루 어떻게 주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요?
함께 보는 묵상 이미지
조선 시대 비밀 신앙 서약 – 표도(표적 성사)
위 이미지는 조선시대 박해 중 신자들이 사용하던 **표도(表圖)**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십자형 도안과 성모 마리아의 상, 그리고 아래에 적힌 '차덕 배반반(此德 倍返返)'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 상징이 아니라, 신앙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서약이며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깊은 감사와 결심을 상징합니다.
묵상과 적용
차덕 배반반 (此德 倍返返)
"이 큰 은혜에 두 배로 보답하겠습니다."
조선 시대 신자들은 이 문장을 표도에 새기며
자신들이 받은 하느님의 은총에 대해
생명으로 보답하겠다는 믿음의 약속을 남겼습니다.오늘날 우리도, 하느님의 은혜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