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윤지충성당 –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의 이름을 새긴 성당, 그 깊은 신앙의 울림
1. 순교자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성당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낯설지 않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요한 아름다움이 스며 있는 성당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윤지충 바오로 성인의 이름을 딴 ‘전주 윤지충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단순히 한 지역 본당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관통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깊은 묵상의 기회를 주는 ‘살아 있는 순교 성지’입니다.
이곳은 원래 2003년에 설립된 ‘서곡성당’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바꿔놓은 신해박해 230주년을 맞이해 성당의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교구는 특별히 이 해를 기념하며,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와 함께 순교한 권상연 야고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서곡성당의 명칭을 **‘윤지충성당’**으로 변경했습니다.
교구는 이와 함께 군산 미룡동 본당을 윤지헌성당, 전주 효자4동 본당을 권상연성당으로 바꾸며, 신앙 선조들의 이름을 지역교회에 새기는 뜻깊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순교자의 삶을 교회 공동체가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2. 새로운 성전, 순교자의 신앙을 품다
윤지충성당은 신자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성전이 협소해지고, 건물 노후화 문제가 대두되자 2020년 말부터 본격적인 신축에 들어갔습니다. 오랜 기도와 준비 끝에 2022년 4월, 드디어 새로운 성전이 완공되었습니다. 새 성전은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로, 연면적 1,803.87㎡에 이르는 대형 성당입니다.
성전의 외관은 현대적이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내부는 신자들이 편히 기도할 수 있도록 따뜻한 분위기로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성전 내부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생애와 순교를 주제로 한 이 빛의 예술은,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신앙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더욱 특별한 점은 제대 아래에 안치된 성해입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 복자 권상연 야고보,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세 분의 성해 일부가 제대 아래 모셔져 있어, 미사를 봉헌하는 그 자체가 성인들의 삶과 함께하는 신비로운 시간이 됩니다.
3. 윤지충 바오로 – 조선 땅의 첫 순교자
이 성당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윤지충 바오로 성인의 삶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는 조선 후기 양반 가문 출신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인 뒤 깊은 신앙 안에서 살았던 인물입니다.
1791년, 조선에서 ‘천주학’으로 불린 가톨릭 신앙은 조상 제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탄압받기 시작했습니다. 윤지충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제사를 지내지 않고, 신주를 불태우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는 곧 조선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여겨졌고, 그는 곧 체포되어 전주 감영에 수감됩니다.
윤지충은 관헌의 회유에도 굴하지 않았고, 함께 투옥된 외사촌 권상연 야고보와 함께 1791년 12월 8일,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나는 죽어도 조선 땅에 남겠다. 이곳에서 순교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신앙을 지켰습니다.
그로부터 223년 뒤인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들을 비롯한 124명의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포했습니다. 그 날 윤지충 바오로는 다시 한국 신앙인의 가슴 속에 살아났습니다.
4. 기도하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
윤지충성당은 신자들에게 단지 미사만 드리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묵상이 잘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단순히 건축의 미학을 넘어, 성인의 신앙이 서린 공간이 주는 영적인 분위기일 것입니다.
각 층은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어, 지하에는 사무실과 성물방, 1층에는 교리실과 사제관, 2층에는 대성당, 3층에는 성가대석이 위치합니다. 모든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신앙교육과 전례, 공동체 활동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성당 마당에는 조형물과 묵주기도 공간이 있어 누구나 조용히 머물며 기도할 수 있습니다. 단체 피정이나 본당 외부 순례단 방문도 환영하고 있어, 신앙 체험의 장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 미사 시간과 방문 정보
-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천잠로 509
- 전화: 063-276-2527
- 주일미사
07:00 / 10:30 (교중) / 19:00 (청년)
- 평일미사
월 06:00 / 화·목 19:30 / 수·금 10:00
- 토요일
10:00 (첫토 성모신심미사) / 16:00 (학생) / 18:00 (주일미사)
미사 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성당에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6. 마치며 – 전주 여행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전주하면 우리는 흔히 한옥마을과 전통음식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진짜 전주의 깊은 뿌리를 만나고 싶다면, 꼭 이 성당을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윤지충성당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역사와 신앙이 맞닿은 영적 순례지입니다.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가 흘린 피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묵상하게 되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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