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하느님께 바친 삶 –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의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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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하느님께 바친 삶 –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의 순교

한국 전통 복장을 입은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 성가정의 초상화. 가운데 아버지는 십자가를 들고, 왼쪽 어머니는 기도하는 자세, 오른쪽 딸은 책을 들고 있음.
조선 순교자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 성 바르바라와 성 아가타

 

 

1. 신앙의 뿌리가 깊은 집안에서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李光憲, Augustinus)는 조선 후기 박해 시대를 살아간 양반 출신의 신앙인이자 순교자입니다. 그는 경기도 광주 이씨 가문 출신으로, 집안 내력 또한 오랜 세월 천주교 신앙을 이어온 가정이었습니다.

그의 동생은 성 이광렬 요한이며, 부인은 성녀 바르바라, 딸은 성녀 아가타입니다. 즉 이광헌의 가정은 모두가 천주교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성가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광헌은 젊은 시절 지적 재능이 뛰어났지만 방탕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쾌락을 좇고 절제가 부족했던 그는 처음에는 신앙에 무관심했으나, 결국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회심하게 됩니다.

 


2. 늦은 회심, 그러나 뜨거운 열정으로

 

30세가 채 되기 전에 천주교에 입문한 그는, 외교인이었던 부인의 권유와 집안의 분위기를 통해 신앙에 눈을 떴습니다. 이광헌은 위대한 성 아우구스티노를 본받고자 ‘아우구스티노’라는 세례명을 택했으며, 이후 과거의 삶을 회개하고 열정적인 신앙인으로 거듭났습니다.

그의 집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시기에 교우들이 모이는 공동체 장소로 기능했습니다. 외교인들이 모여 교리를 배우고, 비밀리에 성사를 받으며, 성경과 교리서를 읽는 장소로 이광헌의 집은 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박해의 위험 속에서도 고해성사와 미사, 기도 생활을 이어갔고, 다른 교우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도 열심이었습니다. 점차 그의 집은 ‘공소’로 알려질 정도가 되었고, 조선 관헌들의 주목을 받는 처지가 됩니다.

 


3. 체포와 순교 – 공주에서 피 흘리다

 

1839년 기해박해는 조선 천주교 박해사에서 가장 참혹한 시기로 기록됩니다. 이광헌은 같은 해 4월 7일, 공주 지역의 어느 예비신자에 의해 밀고되어 체포됩니다. 그의 집에서는 교리서, 성물, 교우 명단 등이 압수되었고, 그는 포졸들에게 심문과 고문을 받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심문은 극히 잔인했고, 그의 신앙을 꺾기 위해 부인과 딸까지 협박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형조에서 그에게 신앙을 포기하고 가족을 구하라고 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가 세속에서 즐겁게 살았더라면 높은 벼슬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진리를 알아 그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저는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그들 역시 신앙을 위해 죽기를 원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내 바르바라와 딸 아가타 역시 끝까지 신앙을 고백하고, 같은 해 순교의 길을 걸었습니다. 바르바라는 심한 고문을 받고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고, 딸 아가타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흔들림 없이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이광헌은 공주 감옥에서 재판을 거쳐 참수형을 선고받았고, 동료 신자들과 함께 1839년 공주에서 순교하였습니다. 그의 나이는 당시 53세였습니다.

 


4. 시복과 시성 – 성가정 전체가 성인으로

 

성 이광헌은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으며, 1984년 5월 6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가족 전체가 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인 바르바라와 딸 아가타도 같은 시기에 시복되었으며, 한국 천주교회의 ‘성가정’의 표상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의 생애는 방탕에서 회심으로, 그리고 결국 가족 전체가 하느님께 삶을 봉헌한 이야기입니다. 이광헌의 순교는 단지 개인의 믿음이 아닌, 가족 공동체가 하나로 신앙을 증거한 드문 사례로 남습니다.

 


마무리하며 –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이 보여준 믿음의 여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줍니다.
단지 박해 시대에 신앙을 지켰다는 사실을 넘어, **"가정 안에서 함께 신앙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언입니다.

회심이 늦었다고, 과거가 불완전했다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는 그 증거이며, 부인의 기도와 딸의 순결한 신앙은 그를 거룩함으로 이끌었습니다.

🙏 우리 가정도 그처럼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하나 되어 살아가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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