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에서 확신으로: 성 토마스 사도의 삶과 신앙 여정
1. 우리도 주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 용기 있는 사도 토마스
사람들은 흔히 성 토마스 사도를 ‘의심 많은 도마’로 기억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는 그의 이야기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 속 또 다른 토마스의 모습을 쉽게 놓치곤 합니다.
요한복음 11장 16절. 죽은 라자로를 살리기 위해 예수님께서 위험한 유다 지방으로 다시 가시려 할 때,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말립니다. 바로 그때, 토마스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이 한마디는 토마스가 단지 의심만 많은 인물이 아니라, 두려움 앞에서도 스승을 따르려는 용기와 충성심이 깊은 제자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 속에서도 주님을 따르려는 이 신앙의 태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2. 믿지 않던 자의 고백 –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극도의 슬픔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십니다. 그러나 그때 토마스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기쁨에 차서 “우리가 주님을 뵈었소!”라고 말할 때, 토마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그분의 손에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내 손을 그분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
이 말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진정한 믿음을 갖기 위해 직접 체험하려는 갈망이었습니다.
8일 후, 다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토마스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믿음 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는 사람이 되어라.”
이때 토마스는 무릎을 꿇고 깊은 신앙 고백을 드립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이 고백은 예수님의 신성을 명확히 인정하는 가장 위대한 선언 중 하나로, 교회는 이를 부활 신앙의 핵심적인 고백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는 주님의 부활을 전하는 부활의 사도로서 온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3. 동방으로 떠난 순례자 – 인도까지 이른 복음의 여정
성경 이후의 역사적 기록에서는 토마스의 행적을 상세히 알 수 없지만, 오랜 교회 전승과 지방 교회의 역사를 통해 그의 복음 선포 여정이 동방으로 향했다는 사실이 전해집니다.
특히 토마스 사도는 페르시아와 인도까지 복음을 전하러 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도 남부의 말라바르 해안에는 오늘날까지도 **"토마스 기독교인들(St. Thomas Christians)"**이라 불리는 공동체가 존재하며,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적 뿌리를 바로 성 토마스 사도에게 두고 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인도 첸나이 근처에서 순교를 당했으며, 그의 무덤은 **첸나이의 산토메 대성당(St. Thomas Cathedral Basilica)**에 보존되어 순례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의 유해 중 일부는 3세기경 **터키 에데사(현 우르파)**로 옮겨졌고, 7월 3일은 그 유해 이장을 기념하는 날로서, 6세기부터 축일로 기념되어 왔습니다. 이 축일은 의심에서 확신으로 나아간 한 인간의 신앙 여정을 되새기며, 오늘 우리 모두의 신앙에 새로운 불을 지피는 날이기도 합니다.
4. 성 토마스 사도의 상징과 오늘의 메시지
토마스 사도의 상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창: 전승에 따라 창에 찔려 순교했기 때문입니다.
- 직각자: 인도에서 교회를 짓는 데 사용한 도구로, 건축의 상징.
- 손가락: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넣은 상징적인 장면에서 비롯된 것.
이러한 상징들은 토마스가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체험을 통해 믿음에 이른 인물임을 보여줍니다.
우리 또한 살아가면서 여러 의심과 불확실함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런 순간마다 토마스 사도의 여정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의심도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로 이끄는 은총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의심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때로 더 깊은 믿음을 향한 디딤돌이 되기도 합니다. 성 토마스처럼 주님 앞에 솔직하게 서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 우리는 진정한 고백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마무리하며
성 토마스 사도는 의심에서 시작했지만, 그 누구보다 확고한 믿음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고백한 인물입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신앙 안에서 흔들릴 때, 그의 이야기는 큰 위로와 도전이 됩니다.
7월 3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을 맞아, 우리도 그처럼 묻고, 체험하고, 고백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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