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순례길, 제천 배론 성지에서 만난 신앙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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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 순례길, 제천 배론 성지에서 만난 신앙의 뿌리

 

 


1. 초록이 짙어지는 6월, 조용히 걷고 싶은 성지가 있다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은 날,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을 걷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번쯤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숲과 하늘 사이에 고요히 자리한 배론 성지.

이곳은 단순한 성당이나 예배당이 아닙니다.
조선 시대의 박해 속에서 지켜낸 신앙의 흔적,
조선 최초의 신학교가 있었던 천주교 교육의 터전,
그리고 이름도 생김새도 아름다운 ‘배처럼 생긴 언덕’,
그 모든 이야기가 이곳에 담겨 있습니다.

6월의 배론 성지는
무성하게 자란 초록과 바람, 그리고 신앙의 역사가 어우러진
조용한 순례 여행지입니다.


2. 조선 박해의 한복판에서, 황사영이 써내려간 ‘백서’

1801년 신유박해.
천주교 신자들은 잇따라 체포되었고, 수많은 순교자가 생겨났습니다.
그 시절, 황사영 알렉시오는 제천의 배론 골짜기에 숨어들었습니다.

그는 지하 토굴에서 장문의 서한을 써내려갑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황사영 백서’**입니다.
이 백서에는 조선 천주교의 고통, 신앙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 담겨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체포되어, 능지처참형을 받고 순교합니다.
그가 백서를 쓴 토굴은 오늘날까지 배론 성지의 중심 공간으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 앞에 서면,
조용히 흐르는 숲의 바람 사이로 들려오는
신앙의 절규와 고백이 마음에 깊이 스며듭니다.


3. 김대건 신부의 동료이자 사촌, 최양업 신부가 남긴 길

배론 성지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
바로 최양업 토마스 신부입니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사제로 서품받은 인물이며,
김대건 신부의 사촌이자 동반 유학생이었습니다.

최양업 신부는 박해 속에서도
전국을 누비며 신자들을 돌보고 성사를 집전했습니다.
그가 걸었던 길은 무려 1만 2천 킬로미터.
땀의 순교자’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삶이었습니다.

그가 선종한 후,
장례 미사가 치러졌던 곳이 바로 배론이며,
지금도 그의 묘소최양업 기념 성당이 이곳에 있습니다.

신부님의 묘 앞에 서서 기도하면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낸 ‘헌신’과 ‘진심’이 떠오릅니다.


4. 한국 교회 최초의 신학교, 성요셉 신학교

1855년, 배론에는 조선 최초의 신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이 신학교의 이름은 성요셉 신학교.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되어
사제를 키우기 위한 본격적인 교육이 이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11년 후, 병인박해로 폐쇄되며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03년, 교회의 노력으로 성요셉 신학교가 복원되어
지금은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해
당시 신학생들의 공부방과 기도방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풀잎 사이로
신학교 건물을 둘러보면,
이곳에서 피어난 조선 교회의 꿈과 희망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5. 순례 코스 안내 – 걸을수록 차분해지는 그 길

배론 성지는 잘 정돈된 순례 동선으로도 유명합니다.
초여름 햇살 아래 천천히 걷기 좋은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본 순례 코스 (약 1시간~1시간 30분)

  • 황사영 토굴 → 최양업 신부 묘소 → 성요셉 신학교 → 대성당

▪ 묵주기도길 코스

  • 성지 곳곳을 연결한 산책로
  • 20단 묵주 기도에 맞춘 조형물과 함께 개인 묵상에 적합

▪ 가족·단체용 관람 코스

  • 순례자 쉼터와 화장실, 기념품점도 가까이 있어
    단체 피정이나 어린이 순례도 부담 없이 가능합니다

모든 코스는 신록으로 가득한 숲에 둘러싸여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동안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라앉고,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게 됩니다.


6. 배론 성지 방문 정보 (2025년 6월 기준)

  • 📍 주소: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 🚗 교통: 제천역 또는 고속터미널에서 차량 15~20분 / 자가용 추천
  • 🅿️ 주차: 무료 주차장 완비
  • 🕊 미사 시간: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전 미사 운영 (현장 또는 홈페이지 확인)
  • 🧘‍♀️ 피정 신청: 개인 및 단체 가능, 천주교 원주교구 홈페이지에서 예약
  • 소요 시간: 기본 순례 코스 1시간~2시간 정도

7. 마무리 – 지금, 배론에서 걸어야 할 이유

지금은 여름의 문턱.
숲은 푸르르고, 바람은 따뜻하며, 햇살은 기도하는 듯 고요합니다.

배론 성지는
순교자의 용기, 사제의 헌신, 신학생의 희망이 깃든 땅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조용히, 깊이, 다정하게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쁜 삶 속에서 한 번쯤 멈춰 서고 싶을 때,
기도와 치유, 그리고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지금 배론 성지는 가장 좋은 순례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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