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순교의 땅, 은이성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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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순교의 땅, 은이성지 이야기

 

– 김대건 신부가 꿈을 키운 땅에서 다시 피어나는 믿음

1. 숲속 작은 마을, 은이로 들어가는 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한적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마음이 차분해지는 장소를 만나게 됩니다. 이름부터 고즈넉한 이곳, ‘은이(隱里)’는 말 그대로 ‘숨어 있는 마을’이란 뜻을 가집니다. 조선 시대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이 모여 살던 곳, 바로 은이성지입니다.

이 성지는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신앙을 키우고, 이후 사제로서의 소명을 준비하던 시간들이 녹아 있는 살아 있는 기억의 공간입니다. 지금도 성지를 걷다 보면,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가 살아 숨쉬는 곳

은이 마을은 천주교 박해가 거세던 시기, 교우촌으로 형성된 곳입니다. 김대건 신부의 부모인 김제준 이냐시오고 우르술라 부부가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가족을 이루었고, 김대건 신부 역시 이곳에서 1821년 8월 21일 태어났습니다.

어린 김대건은 은이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후 신학생으로 뽑혀 마카오로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부모와 함께 깊은 신앙의 뿌리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은이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 그리고 성가정 동산 등이 남아 있어, 순례자들은 그분의 삶과 가족의 신앙을 기리며 묵상할 수 있습니다.

은이는 단순한 한 지명의 의미를 넘어서, 성인의 성덕과 순명의 신앙을 키워낸 영적 자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중국 ‘김가항 성당’을 복원한 천주당 – 성지의 중심

은이성지에서 가장 독특하고 눈길을 끄는 장소는 바로 **천주당(天主堂)**입니다. 외형부터 한국의 일반 성당과는 다르게 생긴 이 건물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김가항(金家巷) 성당을 본떠 복원한 것입니다.

이 천주당은 원래 중국 난징교구에서 17세기에 세워진 성당으로,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을 따라 지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17일, 이 성당에서 제3대 조선대목구장 페레올 주교로부터 한국인 최초의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원래 한국천주교회는 중국에 있는 김가항 성당을 해체하여 그대로 옮겨오려 했지만, 여러 행정 문제와 보존 정책으로 인해 무산되었고, 대신 **김정섭 교수(스테파노)**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은이성지에 자재와 도면을 그대로 반영하여 새로 건립하였습니다. 공사는 2001년부터 시작되어 2016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성당 정면 상단에는 ‘천주당’이라는 한자 현판이 걸려 있으며, 전체적으로 중국 전통 사원의 구조를 따르고 있어, 김대건 신부가 사제로 태어난 거룩한 순간을 순례자들이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4. 성지 안에 피어난 은총의 공간들

은이성지에는 천주당 외에도 다양한 기도와 묵상을 위한 장소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감동적인 장소는 김대건 신부 생가터성가정 동산입니다. 생가터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의 부모와 가족이 신앙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또한 십자가의 길, 성 김대건 신부 유년시절 기념관, 은이성당 등이 조성되어 있어, 순례자들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깊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신앙의 불을 다시 밝힐 수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성지를 둘러싼 산자락에 단풍이 물들어, 마치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듯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겨울에는 설경 속에서 성당이 더욱 고요하게 빛나며, 사순 시기에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마다 성인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5. 은이에서 순례자가 다시 태어난다

오늘날 은이성지는 단순한 ‘기념지’가 아니라, 순례자의 영적 재탄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삶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하는 용기와 믿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2025년 희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는 이 은이성지를 중심으로 김대건 신부의 순례길을 정비하고,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이라는 주제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성지 내에는 순례자 쉼터와 미사 공간, 성물방 등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순례자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성 김대건 신부의 뿌리가 된 땅, 은이

은이성지는 단순한 역사 유적지가 아닙니다. 이곳은 성인의 뿌리가 되었던 장소이자, 우리가 신앙의 근원을 되새기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조용한 숲속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던 한 청년의 마음과, 그를 키워낸 가족의 믿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신앙도 흔들릴 때, 이곳 은이성지는 다시 ‘처음 사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성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순례 정보

  •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묵리 은이성지길
  • 주차 가능 / 순례자 안내소 운영
  • 단체 미사 및 견학은 사전 문의
  • 성물방 및 기념품 구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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